가장 나 다운 것이란 뭘까. 담배 같은 질문이다. 듣기는 싫은 질문이지만 내가 하는 건 괜찮다.
아무 책도 읽지 않아야 나다운 글이 나온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는 결국 다 따라해온 거 겠지만. 읽고 얼마 안되어 쓰면 그 작가를 흉내내고 있다. 그런 빌려쓰는듯한 느낌을 글에서 만큼은 느끼고 싶지않다. 부모님과 나눈 수 많은 대화, 친구들과, 형 누나 동생들과, 많은 나의 선배들과 나눈 대화, 나의 연인들과 나눈 모든 것들에서 나는 이미 표현할 거리가 과포화 상태이다. 이미 그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형성되어 있다. 글이 아니던 것에서 나와야만 그 글이 나의 글이라고 할거다.
그럼 글은 언제 읽어야하나? 그것을 언제하며 그것을 해버렸다면 언제 써야 적당할까?
질문에 망설이 없는 나의 대답은 ‘시도 때도 없이’ 이다.
나로 온전해지는 전환이 빠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시간은 중요치 않다. 읽고 쓰는 것의 시간 간격 등을 고민하는 것은 전업 작가들이나 할 일이다.
읽고 쓰는 것에 때와 장소를 가린다면 그것에 간절했던 역대 인간들에게 예의가 아니다. 우리는 읽고 쓰는 것이 간절함이 가장 적은 시대에 살고 있다. 어느 시대에서 자유기고란 꿈같은 일이었다. 어느 나날 동안엔 우리는 읽을 겨를이 없었다. 그저 명령 복종의 행동밖에 할 수 없는 군대 훈련병, 이등병, 교육대 시절을 떠올려봐라. 잠시 책을 쥘 기회가 되면 한 문장 문장을 초코파이처럼 음미하던 그때를. 화장실에서 몰래 쓰던 일기 속에서 몽글거리던 그때를 지금과 비교해보라. 무엇이 가난이고 무엇이 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내적 상황이다.
많은 일들이 날씨처럼 지나가고 나는 여기에 있다. 그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나 다움은 과거를 통해, 과거로 부터 나오는 형상일까? 이것이 오늘 자면서 씹을 거리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