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간히, 요즘은 더 자주 맥모닝을 먹으러 나온다. 일을 쉬는 날 평소 일하던 날 처럼 일어나 맥도날드로 걸어간다. 오늘은 일하는 날이지만 빌라 공사는 8시부터 시작이라 평소보다 한 시간 여유가 있다. 넉넉히 7시에 차에 시동을 걸면 되고, 집에선 조금만 소리를 내도 아이가 잠을 깨려고 하는 오늘 나는 조용히 집을 나와 여기에 있다.
소시지 에그 맥 머핀에 커피를 마시며 ‘비탈릭 부테린의 지분증명’ 이라는 어제 저녁 코엑스 영풍문고에서 구입한 책을 읽고 있었다. 40페이지 정도를 읽었다. 그는 뭔가 다르다. 간만에 나를 설레게 한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것은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딱 그렇다. 그것이 좋다. 알아봐야 부질 없는 것을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다. 이런 밝은 허무주의가 밑바탕이 되어야 매사에 몇 배 용기를 올릴 수 있는 인간도 있다.
맥모닝은 정말 성공한 프로젝트이다.
일터에 와서 오전 일을 마쳤다. 지금은 밥을 먹고 쉬고 있다. 석고보드 하나를 깔고 합판을 등받이 삼아 편히 앉아있다. 이 시간은 거의 영원하다. 30년 뒤에도 이럴 것 같기 때문이다. 그건 나쁘지 않다. 갈수록 일은 쉬워진다. 어려운 일을 맡으면 그전 어렵던 일은 쉬워진다. 쉬워지려고 하면 어렵지만 어려워 지려고 하면 주위가 쉬워진다. 그것은 나의 경험이 증명하는 사실이다. 쉬움은 외면 당해야 제 맛이다. 새로 설치된 샷시넘어 보이는 향나무. 덜그럭 거리는 현장 선풍기. 난 그것에서 낭만을 느낀다. 낭만은 뭐 없다. 낭만은 이렇게나 쉬운 것이다. 낭만도 외면 당해야 제 맛이다. 할일이 가득해서 온 신경이 쏠려있을때, 쉬는차 주위만 잠깐 흘겨도 낭만은 나를 둘러싸고 있다. 하지만 낭만을 찾는 순간 그것들이 사르르 흩어지며 도망간다. 낭만주의자는 우울함에 도달하고 말지만 정신을 똑바로 들인 실존주의자는 낭만속에 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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