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을 안쓰는 날

    나에게 몸을 안쓰는 날은 매우 중요하게 보내야하는 날이다

    잠을 그 어느때보다 잘 자야할 것이고 조금 더 긴 시간 잘 필요가 있다 (일하는 날 아이도 돌보고 운동도 하면 잠자는 것으로 회복이 충분치 않다 게다가 불가피하게 경미한 부상이 있다)

    생강, 양파, 마늘 등 항염에 좋은 음식을 곁들여 고기와 채소 곡류를 영양적으로 아주 충분하게 먹을 필요가 있고

    몸 안쓰는 날이 며칠 이어진다면 단식기간을 20여시간 가질 필요가 있다 (단식이 신체 회복에 매우 좋은데, 일하는 날은 단식을 하기에 도저히 자신없으므로)

    아이와 더 깊은 밀착시간을 가져야한다. 나도 경험상 알고있듯 어릴적 부모와의 기억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일생에 큰 영향을 준다.

    세상을 지친 몸으로 바라보지않는 이 귀한 시간에는 뇌를 더 풀가동 시켜줘야한다. 버거운 지식 공부에 시간을 써야한다. 나의 뇌는 강한 트레이닝을 원하고 있다.

    당분간 나에게는 머나먼 꿈을 내려 놓을 것이다

    나의 현실이 꿈만 같도록

    경험한 적 없는 정신으로 가자

  • 목수의 마인드

    수험생이 학업이 아닌 것에 정신이 팔리면 원하는 성적을 얻을 수 없듯이

    목수가 목공이 아닌 것에 정신이 팔리면 원하는 실력을 얻을 수 없다

    실력은 몸값을 책정하기에 그에 맞는 돈을 받는 것이 합당하다

    매사에 건축 구조와 가구를 생각하고 작업 효율을 생각하고 어떻게 만들까를 고민하고 목공에 관한 정보를 보고 내것으로 만들때

    일을 하면서는 그 동작을 하는 나와 작업부위가 마치 하나가 된듯 꾸준히 사랑을 나눌때

    그럴때 나오는 순수한 완성도는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밖에 없고 나의 작업능력에 관한 좋은 소문이 오고간다

    결과 앞에 나의 말은 중요치 않다

    이것은 아주 명확하다

  • 바로 오늘 바로 지금

    당신은 거대한 난자를 마주한 정자 한 마리처럼 세상 앞에 있다

    들어가길 주저할 것인가 그러면 많이 이들과 함께 위로를 나누며 곧 죽는다

    과감히 들어갈 것인가 앞으로 펼쳐질 일에 대해선 아무도 모른다

    경쟁자이자 동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도 이 다음을 경험해본 이가 아무도 없다

    말해줄 이가 없는 일은 매우 두렵게 다가온다

    역사가 있기에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내 태초가 살던 세상과는 다르다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긴역사가 길면 얼마나 길단 말인가

    새로운 유형은 생겨난다

    차라리 착각 속에 살아라

    길게 남아봤자 오육십년

    한 사람의 오육십년의 활동이 뭐 그리 대단컸소

    그런 마음으로

    단 한 마리의 정자가 되어

    지구상 모든 동료를 뒤로 하고 살아라

    그러도록 하자 앞으로

    바로 오늘 바로 지금부터

    거대한 난자를 마주한 정자 한 마리처럼

  • 나는야

    나는야 한심한 글을 쓰는 사람

    내가 모순으로 가득찬 걸 나는 알지

    내 몸의 염증은 나만 알지

    나는야 배은망덕한 사람

    세상은 날 버린 적이 없지

    세상은 내 태도에 의아해 하고 있지

    한 반에 꼭 있는 특이한 친구처럼

    나는야 애매한 사람

    맺고 끊을 줄을 모르지

    사랑과 망설임으로 진흙이 된 성

    그냥 때가 된 듯 무너져버리지

    나는야 웃긴 사람

    얼른 늙고 싶은데 젊고 싶지

    침묵을 동경하며 말하고 싶지

    남자다우며 울고 싶지

  • 서정성의 케이지

    비오는 날 서정적인 음악이 나오는 카페에 앉아 이렇게 볼펜을 잡고 있으면 나의 창과 방패를 내려놓고 한없이 부드러워짐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나에게 큰 휴식임을 부인할 수 없다. 역시 나는 그 어떤 훌륭한 타인보다 어눌한 나 혼자일때가 극심히 요구된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소라게처럼 더 움츠리고 싶은, 자고 있을때나 다를바 없이 독극물 살인 같은것에 취약한 이 상태.

    교무실 에어컨 공기가 무더운 운동장 아이들에게 잠깐 천국이 되기도 하지만 이렇게, 비가 오는 통창을 둔 에어컨으로 쾌락적인 환경에서 추위마저 느낄때, 비맞으며 탑차에서 물건을 꺼내는 중년 남자를 보았을때, 어디가 쥬라기 공원인지, 누가 관찰당할 입장인지 쎄하다.

    그 와중 손님이 한 명 더 들어오느라 잠깐 열리는 문에서 온 훈기. 그 손님이 피우는 소음은 이 카페에서 나갈 욕망을 불러 일으키고, 나는 우산이 있지만 쓰고 싶지 않은, 몸을 적시며 뛰고픈, 아이들 없는 놀이터에서 쉐도우 복싱과 철봉을 자세 신경도 안쓰고 원숭이처럼 막 당기고 싶은 욕구가 셈솟는다.

  • 연트럴 파크

    아무도 나에게 일을 시키지않는 여기 카페

    내 플레이리스트엔 있을 일 없는 어느 보이 밴드의 노래

    저 멀리 뿌레카 소리

    연합뉴스 보도 차량의 시동걸린 소리

    역시 디젤차가 시끄럽다

    서울은 정말 한적한 맛이 없다

    여기 2층카페 통 샷시 넘어 연트럴파크

    지나가는 다양한 사람들 구경할것은 많다

    정면 아래보이는 저 남루한 아저씨는 두꺼운 책을 펴놓고 옆 연습장에다 막 낙서를 한다

    어릴적 내가 허리케인을 그린다며 쓱싹쓱싹 볼펜을 하듯이 그런 낙서

    저 아저씬 책 페이지를 한 십초마다 넘기는데 읽는건지 읽는 연기를 하는건지

    방금 일어나서 몸을 펴는데 여유증이 심하다

    외투를 입곤 다시 신선 자세로 앉아 손으로 막 표현을 하며 혼잣말을 한다

    외국인 백팩커들이 지나가며 그를 구경한다

    자기네 나라도 저런 놈은 있을거다

    외국인들은 길을 헤매서 맵을 보는게 아니면

    폰을 잘안보고 두리번 거린다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 그가 있는줄도 모르고 폰을 본체 지나간다

    그 주위가 한적해지자 그 점점 언성이 높아진다

    마치 러닝 중 아무도 없을때쯤 되면

    노래를 부르기시작하는 나처럼

  • 루틴

    쏟아져 나오는 글들. 그런 것들을 생각하곤 글쓰기를 주저하고 싶다면 내가 여태 안 그랬던 분야가 있었나 반성해보라. 당신은 무얼하든 그런 생각에 사로 잡혔다. 즐겁지 않다면 즐겁지 않다고 불평해도 좋다. 하기로 한 걸 가끔 어겨도 좋다. 안하기로 한 짓을 가끔 해버려도 좋다.

    중요한 건 내 마음 속에 자리잡아버린 삶의 임무를 행하기. 저마다 갖고 있는 삶의 영사기를 돌리는 일. 비가 얼굴을 때리면 구식 자동차 창문을 손으로 직접 돌려 닫듯이 몇 방울 맞아도 좋치만 내부를 보존하기 위해 단단히 잠그는 일.

    루틴이란 지루할 수 밖에 없는 거다. 어제의 푸쉬업과 오늘의 푸쉬업은 지루하다. 어쩔 수 가 없다. 어제의 톱질과 내일의 톱질이 계속 되기만 한다면 가우디가 지을 법한 건물도 올릴 수 있다.

  • 단상

    당신마저 글을 찾아주지않는다면 누가 글을 찾을까

    나에겐 강한 의지와 유약함이 같이 사는데 그 유약함은 어디에다 대고 말을 할 수 있나

    화에 약한 자는 슬픔에도 약하니

    일과를 마치면 너무 피로해서 그 둘다에 무뎌지네

    일과로 가득한 삶을 보내고 쉬는 며칠

    무뎌졌던 그것들이 속살 올라오듯하네

    아 그건 별로 안 좋아

    역시 사람은 적당히 쉬어야해

    그 쉬는 기간은 몇 주? 며칠?

    잠자는 시간 플러스 잠자는 시간 정도되는 깨어있는 시간이면 충분하네

    그 외엔 일을 해야지 운동을 해야지 글을 써야지

    참 글은 잠자는 시간 만큼의 깨어있는 시간 동안하는 것이다

    이건 나에게 일이 아니야

    이건 나에게 호흡이야

    이건 나에게 신진대사 같은거다

    기록이 손 쉬운 세상 이거야 말로 노는거다

    누가 내 글을 읽어주리

    쓰지만 몸에 좋거나

    몸에 안좋지만 달달하거나

    탄산 처럼 톡 쏘거나 그런 것도 아닌

    마셔도 될라나 모르겠는 저 강물같은 글을

    그저 흐르고 있는 가만히 응시하지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이 글을

    글쓰기가 시작된다

    단상이라고 쓰고 물처럼 흐른다

    또 운율로서 일거리를 만들때가 되었다

  • 내가 할 수 있는 일

    나의 목공, 집수리 실력이 아직 부족하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가령, 시골에 돈이 없어 우울한 상태로 살고 있는 독거노인들의 집에 석고를 새것으로 쳐주고 주저 앉은 천장에 도리를 다시 잡고, 몰딩 걸레받이를 다시 돌려주고, 저렴하지만 새 것인 문틀 문짝 설치를 해줄 수있다. 목수 장인이지 않아도 나는 그것들을 잘 할 수 있고, 그런 봉사를 하지않는 목수 장인보다 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 뭐든 하라

    유투브를 두 시간째 본다해도 잘못은 아니다

    담배를 술을, 클럽을 밤새 전전해도 잘못은 아니다

    밤새 가사를 쓰느라 바이오 리듬이 깨져 며칠을 갤갤 거리면 좀 어떠한가

    이 세상 사는 세세한 부분에 모두 정답과 오답을 매길 수 없으리

    카페에 앉아 블로그 글을 쓴다

    내가 하고 싶다면 하라

    거울 속 너를 보고 만족스럽지 않다면 만족하지 말아라

    절망하고 싶다면 절망하라

    무얼하든 얻는게 있고 잃는게 있다

    정말 가장 좋은 무얼하든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부모님께 연락은 드리고 있는가?

    너의 아이를 눈여겨 보고 있는가?

    너의 신체를 돌보고 있는가?

    너의 경제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든 기울어져있는것이 사실이다

    아무것도 안하고 숨만 쉬면 또 그에 따른 좋은

    것과 아쉬운 것이 있다

    공존한다

    동경하고 싶은가? 동경하라

    사랑하고 싶은가? 사랑하라

    미워하고 싶은가? 미워하라

    어짜피 영원히 한 쪽으로만 있을 수 없다

    뭐든 썩을 땐 썩을 것이다

    뭐든 외면 될땐 외면 될 것이다